김정기의 詩모음

측백나무 頌 / 김정기

서 량 2022. 12. 15. 18:01

 

측백나무 頌

 

             김정기 

 

뒤 안에 측백나무 쓰러지던 밤

24년을 버려진 채 혼자 크고 늙어

마른버짐, 목마름도 몰랐었네.

진초록의 목쉰 노래도 못 들었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찰랑찰랑 봄볕이고 흰 다리 들어내

안겨왔었지.

젊은 가지에 바람이 들면 머리카락 휘날리며

그늘을 드리웠지

꽃밭을 일구고 푸성귀를 심으면서

거기 취해서 너를 잃어버렸어

그래도 말없이 엮은 한 생을

속뼈 드러내고 꺾고 말았지

이제야 폭풍을 안아보려던 그 몸부림을 알았네

밤이면 홀로 맞던 찬 서리를.

그날 크게 소리 지르며 쓰러진 주검위에

찬 눈물 한 방울 덮어 보내주마.

 

© 김정기 2010.03.26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서울의 봄 / 김정기  (0) 2022.12.16
해녀 / 김정기  (0) 2022.12.16
무주 구천동 / 김정기  (1) 2022.12.15
그림도시 / 김정기  (0) 2022.12.14
젖은 꽃 / 김정기  (0)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