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구천동
김정기
산 위에서 보면 아홉 동네
내려가면
여덟 동네인 산골짜기에 서 있다
아무리 찾아도 마을 하나는 없고
어진 세월만 흘러
물의 뼈들이 바위를 때리며 굴러 떨어져도
산은 말을 못한다.
산 까치들이 대추나무에 앉아
햇살을 쪼아대고
오래오래 들었다 놓은 팔을 벌려 다시
나를 엿보던 산의 정수리를 껴안는다.
드센 바람에 날아가 버린 마을에서
달의 힘줄이 뻗쳐와 곤한 잠 흔들어
깨어나 보니 평야에서 꾸는 꿈이었구나.
한세상 모였다 흩어지는 산이었구나.
굽이굽이 구천 번 돌아가는 산마루에
돌아보며 떠나는 사람이었구나.
© 김정기 20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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