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봄
조성자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웃들은 그들의 종교방식대로 주문을 왼다
사라진 자들을 세세히 기록한 전단지가 나돌고,
나돌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몸 영글어 사방각지로 터져나가는 봉숭아씨앗처럼
그들의 실종은 폭발 아니었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비 내린 후
착잡한 능선부터 루머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터트려
제 세계를 건너온 자들의
환한 웅성거림 그들의 이탈을 도운 건
그들이 지닌 색들
불운이면서 행운이기도 한
저 생명의 광기라는
저들의 세상으로 전언을 보내야겠다
실종자를 찾는 일보다
실종의 이유를 묻는 일, 그것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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