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곰팡이 꽃 / 최덕희

서 량 2010. 5. 22. 07:07

 

햇살도 비껴 간 구석자리

버려진  빵 한 조각

끈끈한 진액을 끌어 올려

푸른 얼룩의 꽃을 피운다

 

줄기도 대궁도 없이

민들레 홀씨 마냥

가늘게 떨리는 솜털

몸을 분향해 올리는

꽃의 숨결이 들린다

 

보이지 않게 잠식해 가는

가느다란 실뿌리가

나를 향해 넘실거린다

 

내 안의 늪지대에

단단히 뿌리 내리려는

푸른 곰팡이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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