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체중계 / 조성자

서 량 2010. 5. 17. 14:55

 

체중계

 

              조성자

 

잡념의 무게를 달아드립니다

다이어트 중인 권태도 재드리지요

육체의 부패 속에서 기생하는 영혼의 무게는

가금씩 오()작동 되기도 합니다

바늘추는 공정성을 유지하느라 자주 

흔들리곤 하지만 비교적 꼿꼿합니다

당신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는군요

훈장인 듯 낑낑거리며 메고 다니는 

주름의 근육이 주범인 듯합니다

여름 꽃들이 뿜어내는 입내는 

의젓함을 통쾌하게 날려버릴 줄도 압니다

밑바닥까지 열어젖힌 사람은 정직한 무게입니다

존재의 이유가 오직 근량이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밑둥을 깔고 앉아 신음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무게의 변증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경건과 경박(輕薄)의 부피를 동시에 재어봐야 합니다

당신들의 몸무게를 받아 누리느라 수많은 나는

조금씩 소진되어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