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뱃길
최양숙
리버사이드 애비뉴
아파트에 오르면
투명한 화폭을 채우는
조지워싱턴 브릿지
굳건한 두 교탑에 매달려
넘치는 도시를 꿰메는데
홀로 부푼 탐험가의 범선
주름잡힌 물결이 따라간다.
유빙이 가로막는 탐험길
물길 찾던 헨리 허드슨
닻을 내린 뉴욕은 이정표 없는 새 땅
선실에 이는 거역의 칼바람 속
새 지도 그릴 때
원주민은 화살촉을 갈고 있었다.
땅을 들어올린 맨 아래부터
아득히 하늘에 띄운 꼭대기까지
탐험가의 길을 메운 사람들
거역이 가득한 도시의 하루에
아직도 뾰족한 화살촉
조지워싱턴 브릿지는 아랫층으로
뉴욕의 하루를 보내고
위층으로 내일 뜨는 해를 담아온다.
미지의 해역에 내려놓은
끝나지 않은 뱃길
치열한 과녁을 벗어난
오늘밤 잠자리에서
사레들린 물 한 방울
거센 풍랑 솟구쳐
타는 목을 찌른다.
*헨리 허드슨: 뉴욕 허드슨 강을 처음으로 탐험한 영국의 탐험가
항해 중 선원의 반란으로 실종됨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종된 봄 / 조성자 (0) | 2010.05.23 |
---|---|
곰팡이 꽃 / 최덕희 (0) | 2010.05.22 |
체중계 / 조성자 (0) | 2010.05.17 |
4월은 간다 / 전 애 자 (0) | 2010.04.30 |
거목과 아버지 / 윤영지 (0) | 2010.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