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간다
전애자
꽃잎들이 땅위에
내려 앉아 뒤집혔다.
달은 모성(母星)인 지구를 떠나
다른 항성으로 이민을 갔다.
낯설어 보이는 도로에서
검은 허공을 쳐다보니
별들이 와글거린다.
천안함 사십육 명의 젊은이들이
육감적인 흙냄새를 풍기는 봄에
어이없이 봄꽃 지듯이
역사의 붉은 점을 찍고 갔다.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어
대성통곡하는 퀭한 얼굴을 한 부모들
생뚱맞은 소리를 연발하는
숨어 웃는 용서하지 못할 자에게
분노하는 사람들
눈치라곤 게딱지 만큼도 없는 4월은
순대처럼 퉁퉁 부은 입술로
귀뜀을 해 주어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어김없이 4월은 간다.
네모보다 동그라미를
직선보다 곡선을 그으며
꽃다운 나이에 간
젊은이들의 명복을 빌며
이국 여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인 채
5월을 맞는다.
4/29/2010 밤에
46인의 해군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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