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1
황재광
늦은 4월의 밤
온몸에 향수 뿌리고 만개한 라일락
이런 밤은 길지 않아서 고독이 나를 따라왔다
지하철 플레트 폼에서 지하철 객실 안에서
정거장 몇 곳을 지나 역사 밖으로 나와 한참
걸어서 돌아 온 연구실 안까지.
내 침상 모서리 까지
고독은 언제나 무임승차다
고독을 찾아 나서고 싶다
고독의 발원지로 가고 싶다
그곳에 여장을 풀고
긴 고독의 여독을 풀어주고 싶다.
고독을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
이것은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경지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고독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독 2
오늘도 고독이 나를 따라왔다. 지하철 플레트 폼에서 지하철 객실안에서
몇 정거장 지나 역사 밖으로 나와 한참 걸어서 돌아 온 연구실 안까지.
나 지금까지 고독을 사랑한 적이 없으므로
정식으로 초대한 일 없으니
나를 좋아하는 고독의 고향이 궁금하다
고독을 찾아 나서고 싶다
고독을 정식으로 초대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고독이 사라질 것이니
고독의 뒤를 밟는다
고독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산기슭 버섯처럼 옹기 종기 돋아난 사람사는 집들의
둥근 풀잎 지붕들 아침안개에 볼 부비는
고독의 발원지
그곳에 여장을 풀고 고독의 여독을 풀어주고 싶다.
밤이 너무 컴컴한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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