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거목과 아버지 / 윤영지

서 량 2010. 4. 27. 07:59

거목과 아버지

                   윤영지

 

빛 바랜 태양이 주춤주춤 지고

또 맥없이 마디를 뻐걱거리며 올라

총천연색이 바래어가는 반복의 거듭 속에

우람하던 거목은 부슬부슬 스러져간다

 

초록물 잔뜩 올라 탱탱히 솟아오르던 수액은

잔 가지, 새 가지로 나누어 뿜어주다

테를 불려가는 세월 속에 진뜩히 다 말라버리고

 

진물 단물 다 긁어주고 뽑아주어

상채기 투성이인 퀭한 속에도 또 주고만 싶어

뒤틀린 몸채를 더 쥐어짜고 풀려가는 근육을

후들거리며 다시 한 번 다잡고

 

오늘도 주춤주춤 힘겹게 지는 해를

망망대해 건너 멀리서 바라보며

검붉게 뒤엉켜 울컥하는 응어리

뜨거운 눈물이 가슴 곳곳을 아리게 파고든다.

 

2010.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