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과 아버지
윤영지
빛 바랜 태양이 주춤주춤 지고
또 맥없이 마디를 뻐걱거리며 올라
총천연색이 바래어가는 반복의 거듭 속에
우람하던 거목은 부슬부슬 스러져간다
초록물 잔뜩 올라 탱탱히 솟아오르던 수액은
잔 가지, 새 가지로 나누어 뿜어주다
테를 불려가는 세월 속에 진뜩히 다 말라버리고
진물 단물 다 긁어주고 뽑아주어
상채기 투성이인 퀭한 속에도 또 주고만 싶어
뒤틀린 몸채를 더 쥐어짜고 풀려가는 근육을
후들거리며 다시 한 번 다잡고
오늘도 주춤주춤 힘겹게 지는 해를
망망대해 건너 멀리서 바라보며
검붉게 뒤엉켜 울컥하는 응어리
뜨거운 눈물이 가슴 곳곳을 아리게 파고든다.
201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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