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달력에 봄을 앗아간
최양숙
버려진 컵에 찍힌
붉은 입술이 말한다
뜨거운 차를 담았던
단 한 번의 희열이
너무 짧아요
부드러운 손길과
따듯한 입김에
불 찾아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하루살이의 삶이
사그라들어
잔인한 4월과 함께
녹차향을 앗아간다
누군가 내 시간을 마시고
계절의 향을 맡았나요?
나는 온기를 잃었어요
함께 나누었던 웃음
대화를 담았던
그 시간
허공에 띄우고
오가는 사람의 발길에 굴러
끝없이 구겨진다.
「시문학」2010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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