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시인하는 날 / 황재광

서 량 2010. 4. 22. 00:41

 

시인하는 날

 

                         황재광

 

미리 이야기 할께요

시가 않되는 날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오래오래 고민하다가

이리저리 잠자리 뒹굴다가

이제는 막다른 지점(Dead End )

배수진 치고 이제서야

드디어

마침내

결국

화이널리 (finally) 시인을 한다

시인을 할란다

 

위에서 한 말 다시 읽어보니

시인을 한다- 현재형

시인을 하련다- 미래형

시간과 문맥을

지멋대로 배치했구나

시인해야겠다

시인이 되었다는 것을

 

고민과 고뇌와

핀잔과 희열과 낯두꺼움과 수고스럽던 불면의 밤과

이런 저런 파편들 긁어모아 시인하련다

한다면 하는 거다

그러나 과거는 시인하지 못한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뻗어나가련다

바로 이순간

희망 하나 암탉 꽁무니 삐저나오는 유정란 처럼

태어난다

시원하다

시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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