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딸기잼 / 조성자

서 량 2010. 4. 20. 05:52

 

딸기잼

 

      조성자

 

발설을 잡아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그들과 그들 사이에서 

숨어 살던 사실들이 기어 나와 

동가식서가숙하더니 

그 어슬렁거림 위로 곰팡이

눅눅하게 피기 시작했다

적당한 부패는 삭힌 홍어의 살점처럼

맛이 드는 과정이라고 

술꾼들은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기도 했는데

 

은밀함은 즐기고 나면 버려지는 것이어서

살점 다 발리고도

씹히는 소리 요란하다

  

그들 사이의 안전거리는 잼으로 유지된다 

 

적당히 졸여진 딸기를 구운 빵에 펴 바른다

 

이로써 무연(無緣)의 관계는 영구 보존된다

 

 

<시와 정신> '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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