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어느 여승 이야기

서 량 2009. 12. 26. 20:33

 

 

옛날 옛적에 어느 도력 높은 비구니가 있었는데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대 하여튼 간에

여러 여승들이 길을 가던 도중에 한 짐승 같은 사내

한 마리 대나무처럼 나타나서 그녀를 흠뻑 강간했는데

그녀는 그 팽팽한 죽순 줄기를 순순히 받아들였대

그녀는 뜨거운 숨 한 번 훅 내 뿜으면 사내

한 마리 정도는 당장 졸도를 시킬 도력이 있었는데

그녀는 왜 그 아찔한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며

조무래기 비구니들이 나중에 물어 봤대나 어쨌다나

 

여승 왈, 내가 내 도력을 쓰면 그 놈이 몸을

비틀고 발버둥을 치게 되고, 풀잎들이 짓밟혀서

풀잎들이 꾸겨지고 다치는 것이 차마차마 언짢아서

그냥 눈을 꾹 감고 그 놈을 곱게 받아주었지, 내 몸은

하나지만, 풀잎들은 수 백 명이 아니냐? 했대나 어쨌대나

내 얘기 재미있지? 당신이 딴 생각을 하며 가당치 않다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러도 별 수 없지만

나는 혼자서 떡실신이 되게시리 재미있는 걸 푸하하하

 

 

© 서 량 20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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