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겨울 도둑 ***

서 량 2009. 12. 15. 22:52

 

누군가

겨울을 도둑질하고 있다

메마른 사랑의 마지막 증표를

차지하고 싶은 속셈에서였겠지

 

겨울은

빼앗기는 기쁨을 가르쳐주기 위하여  

당신을 일부러 찾아 왔다

 

누군가 겨울을 겁탈하고 있었지 

차라리 그때 내가 그러지 말았던들

차라리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우겼던들

 

잿빛 하늘을 꿰뚫고 

벌거벗은 나무들이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매서운 결의로 들끓는 

바람이 웅덩이 쪽으로 퍽 쓰러지자

겨울이 싱긋 웃는다 

 

© 서 량 20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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