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플로리다 하늘 맑은 플로리다
악어며 도마뱀이 득실거리는 플로리다
지도에서는 찐 고구마처럼 뵈는 플로리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 냄새를 풍기네
내가 알지 못하는 꽃들이 벙실벙실 웃고 있네
당신이 넓적한 앞니를 환히 들어내는 순간
나도 덩달아 픽 웃는다
웃음이 눈물을 선행하네
야자수일 거야, 야자수가 아니라도 괜찮아
허리케인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박박 할퀴고 지나간 연후에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칼 말리듯 저 속상한 늪지를,
당신의 축축한 생애를, 철제의 우주선 날아가듯 윙윙대며
바닷바람이 내 연민의 정을 꼬들꼬들하게 말려주는,
양서류(兩棲類) 비린내 심한 플로리다가 TV에 출몰하네
파도가 드세지는구나 또 해일이 이는구나
장화홍련전에 나오는 새까맣게 긴 머리카락
한 맺힌 핏자국 흥건한, 서러운
자매의 사랑 이야기처럼, 뜨거웠던 전설처럼
© 서 량 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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