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여름 옷

서 량 2009. 11. 18. 08:32

 

한 해가 휘영청

달밤에, 약간 차가운 달밤에

몸을 뒤척이며 내게서 뒤돌아 누울 때쯤

얇은 여름 옷을 걸쳤던 당신

그 무더운 몸매가 떠오르네

 

여름 옷은 형편없어

너무 가냘퍼요

여름은 너무 이기적이야

푸짐한 오리털 점퍼같이 두툼한 겨울 옷이 

내 만신창이 피부의 보호막이에요 겨울이 좋아

 

뾰족한 달 덩어리 치즈 조각이 밤하늘에

무지(無知)한 얼굴로 떠 있네

여름이 어디로 갔나 했거든, 당신

여름 옷이 나프탈렌이 코를 톡! 쏘는 옷장에 묻혀 있나

했거든, 보들보들한 옷 매무새, 한없이 얇고

풍성한 여름의 체감온도가

다 어디로 갔나, 했거든

 

 

© 서 량 2009.11.17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겨울 도둑 ***  (0) 2009.12.15
|詩| 화려한 겨울  (0) 2009.12.12
|詩| 따스함에 대하여  (0) 2009.11.13
|詩| 달콤한 꿈  (0) 2009.11.12
|詩| 여름 떠나보내기  (0)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