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플로리다의 추억

서 량 2010. 1. 25. 08:05

 

바람 부는 플로리다 하늘 맑은 플로리다
악어며 도마뱀이 득실거리는 플로리다

지도에서는 찐 고구마처럼 뵈는 플로리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 냄새를 풍기네

내가 알지 못하는 꽃들이 벙실벙실 웃고 있네

당신이 넓적한 앞니를 환히 들어내는 순간

나도 덩달아 픽 웃는다

웃음이 눈물을 선행하네
야자수일 거야, 야자수가 아니라도 괜찮아

허리케인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박박 할퀴고 지나간 연후에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칼 말리듯 속상한 늪지를,

당신의 축축한 생애를, 철제의 우주선 날아가듯 윙윙대며

바닷바람이 내 연민의 정을 꼬들꼬들하게 말려주는,

양서류(兩棲類) 비린내 심한 플로리다가 TV 출몰하네

파도가 드세지는구나 또 해일이 이는구나
장화홍련전에 나오는 새까맣게 긴 머리카락

맺힌 핏자국 흥건한, 서러운

자매의 사랑 이야기처럼, 뜨거웠던 전설처럼

 

© 서 량 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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