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이제는 어쩌려나... / 윤영지

서 량 2009. 11. 18. 09:07

 

 이제는 어쩌려나

윤영지

 

작년에 들어온 곱슬머리의 흑인 소년

열 일곱 살의 덩치에 지능은 유치원생

그래도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좋아해

지나갈 때마다 검은 살빛에 하얀 치열 드러내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Hi~!”

반짝이며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

상대방이 답례라도 해줄 때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어깨를 들썩인다

 

아침마다 빠글거리는 곱슬머리를 정성껏 빗어

땋아내리고 고무줄로 묶어주는 엄마는

고질병으로 지난 해에도 병원을 들락거렸고

남편도 없이 아들 셋 부양하기 벅차

그 아이는 아침, 점심 무료 급식을 받는다

 

덧셈 뺄셈은 못 해도

음악만 나오면 브레이크 댄스 스텝을

기가 막히게 밟으며 자기 나름의 랩을 해대는

작은 것에도 마냥 행복해지는 아이

리듬따라 이어지는 기쁨의 순간

그를 챙겨줄 수 있는 유일한 보호자, 그 엄마가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간암이란다

 

사태가 심각해진 며칠 전부터

Foster Care에 필요한 서류들이 오고 가는데

반짝이는 눈 빠꼼히 뜬 이 아이는

엄마가 아픈지 어떤지, 조만간 자기 옆에서

없어지리라고는 꿈도 못 꾸고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얼굴, 낯선 집으로 옮겨져야 할

이 아이를 이제는 어쩌려나...

 

 

* Foster Care – 양자(고아 등)의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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