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문제는 스타일이다
가령 낙타가 산봉우리를 등에 지고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을 걷는것이나
해거름 앞다리를 접어 몸 낮추어 서쪽하늘을
향하여 경배하는 것은 낙타의 스타일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사자후를 흉내내어 자네가
짊어진 것은 산이 아니라 물통이라고
호통을 친들 낙타가 그 고집을 꺾을 것인가
물통은 물통이요 산은 산이로다라며
격을 낯춘 말로 낙타를 질타한들 낙타가
산을 내려 놓을 것인가
긴 속 눈섶 한번 끔벅이며 낙타가
산이 물통이요 물통이 산이로다
고로 물통이나 산이나 모두가 하나로다
라고 대꾸 하면 낙타의 최후 통첩이다
산은 늘 물이 부럽고
물은 늘 산이 그리운 것이니
* 이 말은 몇년 전 우리나라 어떤 이름난 스님이 책제목으로 사용하여 유명해진 바 있지만
실상은 오래전 1930년대 어느 일본 선승이 했던 말이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로 가는 길 / 최덕희 (0) | 2009.11.19 |
---|---|
이제는 어쩌려나... / 윤영지 (0) | 2009.11.18 |
파도 / 최양숙 (0) | 2009.11.15 |
AM 9시5분 전 / 최덕희 (0) | 2009.11.12 |
내 안에 은빛 여우 / 최덕희 (0)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