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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가을 타기

서 량 2008. 11. 6. 08:08

탄다고 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생각이

말을 타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상을 타고 커피를 타고 또 뭐 없나

아 또 있지 부끄럼을 타고

노여움을 타고 더위를 타고

응, 다 좋은데

가을을 타는 건 또 뭐지.

아무래도 가을을 올라타고

이랴낄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구름을 타듯이 또 바람을 타고

어쩌고 하는 말도 있잖아.

햇볕에 살이 검게 타고? 흑산도 아가씨 ♪~

애간장이(을) 타고 (태우고?)

등산객들이 산을 탄다고 하지. 그것도 이랴낄낄은 아닌데.

파도를 타고, 좋은 운세를 타고... 또 뭐 없어?

 

문제는 가을을 탄다는 거야. 추위를 타듯이 부르르 떨며 가을을 타나?

어때 좀 그 뜻이 근접하는 것 같아? 아 도저히 가을을 탄다는 말은

대강 짐작으로만 때려잡아서 감이 오기는 오는 것 같은데

꼬집어서 이렇다! 하고 정의를 못 내리겠어.

 

남자가 가을이 돼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면

가을을 탄타고 하지. 흰색은 또 때를 잘 탄다고 하잖아.

백옥같은 남자들 몸에 가을이 묻는다는 뜻인가.

가을이라는 열차를 타고 어디로 휭 떠난다는 뜻?

에라 모르겠다. 내가 가을을 타건

가을이 나를 타건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골치 아프다, 골치 아파.

응. 그래. 당신 좋을 대로 생각해요.

 

© 서 량 20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