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플라시보(placebo) 효과(effect)라는 말 들어 봤지?
도대체 플라시보를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 사전을 찾아 봤더니
위약(僞藥)이라고 나와 있대. 쉬운 말로 가짜 약.
예를 들어 당신이 감기가 들었는데 내가 최근에 시판된 기가 막힌 감기약이라며
시치미를 뚝 따고 거짓말을 하며 종합비타민을 주면서 하루에 두 번씩 먹으라고 하면
당신이 그 가짜 약을 먹고 감기가 거뜬하게 나을 수가 있다는 얘기야. 어때, 재미 있지?
통계적으로 내가 그 짓을 열 명에게 한다면 자그마치 세 명은 감기가 낫는다는 거 알아?
더 수학적으로 말해서 플라시보는 대충 30프로에서 효과를 발휘한다구.
이거 좀 생각을 해 봐야해. 세 명 중에 하나는 소위 믿음과 기대심 때문에
가짜 약이 듣는다는 거라. 진짜. 사람 마음의 힘이 이렇게 강력한 거야.
제약회사에서 어떤 약을 새로 만들어 냈을 때 약의 효과를 인정하는 건
약간 얘기가 달라. 예를 들어 새로운 항우울제가 나오려면 최소 70프로의 우울증 환자들이
효험을 보아야 해. 30프로는 택도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플라시보 효과와 다름이 없으니까 말이지.
가짜 약보다 두 배 정도의 효능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그 약은 자타가 인정하는 좋은 약이 되는 거지.
시험성적으로 치면 70점만 돼도 갑종합격이지. 사실 독약을 빼 놓고는 100점은 불가능해요.
논리의 비약을 해 볼까?
시를 열 편을 썼을 때 세 편 정도는 저절로 좋아 보인대. 시인을 믿거나 좋아하면
좀 가짜스러운 시도 먹혀들어간다는 사연이지. 히히히.
근데 진짜 시인은 그래도 열 편 중에 일곱 편 정도가 효혐이 있어야 돼. 이거 참 힘든 얘기지?
논리의 비약 하나만 더 할란다. 에헴, 사랑도 마찬가지야.
내가 당신을 열 번 봤을 때 최소한 일곱 번 정도는 사랑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말이지.
열 번을 봤는데 세 번 정도만 사랑스럽게 보인다면 그건 가쨔야. 플라시보 효과야.
내가 이거 절대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으흐흐. 당신이 날 봤을 때도
마찬가지 논리가 성립해요.
그런데 내 말 좀 들어봐. 아무리 좋은 약도 30프로는 그 약이 듣지 않는다는 말도 되잖아.
그리고 아무리 시를 잘 써도 열 편 중에 세 편은 별 볼일 없는 시라는 이론은 어때.
사랑하는 상대를 세 번 만나면 그 중 한 번은 미워 보인다는 말도 되나?
이거 좀 혼동이 오는데. 근데 왜 나는 어줍잖게 플라시보 이펙트을 화제로 삼았지. 이거 뭐야, 응?
© 서 량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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