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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한국 티브이 드라마의 특징에 관하여

서 량 2008. 11. 13. 08:40

 

  6개월 전에 케이블 티브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국 티브이 네 개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난 다음부터 살살 연속 드라마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 한 거야. 꼬박꼬박 앉아서 티브이를 열심히 보지는 못해도 드라마가 나오면 얘기 줄거리도 잘 모르면서 자꾸 보게 되더라구. 드라마도 하도 여러 개라 어떤 때는 서로 합쳐서 기억을 하는데, 하여간 한드(한국 드라마의 약자라고 근래에 배웠음)의 특징에 대하여 연구를 좀 했지. 그 잘난 분석적인 머리는 뒀다 뭐에 쓰나. 이럴 때 써먹어야지.

 

 한 마디로 짤라 말해도 되겠지? , 뭐냐 하면 한드에 나오는 사람들은 서로 소리를 배액배액 지르면서 눈꼬리를 세우고 싸우거나 아니면 조용하고 차가운 어조로 싸우는 거야. 물론 남자들이나 깡패들끼리 몸싸움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말싸움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거 있지.

 

 연속극에서 요사이 한국사람들이 싸우는 유형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1. 섹슈얼리 액티브(sexually active)한 남녀가 싸운다. 부부일 때가 참 많고 애인도 그렇고 하다 못해 옛날 애인하고도 싸운다. 누가 이기냐고? 아, 무슨 질문이 그래!! 십중팔구는 여자가 이겨요. 그럼 십중1,2는 어떻게 남자가 이기냐구? 여자가 xx랄 하는 동안에 쓱 자리를 뜨는 방법이 있고, 시끄러! 하면서 의자를 발로 차는 방법이 통하는 것도 엊그제 봤다. 싸우는 이유는 대개 저를 더 만족스럽게 아껴주고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있는 듯 하지만 내가 볼 때는 뭐니뭐니해도 성격적인 마찰에서 오는 것 같아. 남자건 여자건 한쪽이 바람을 피워서 싸운다구? , 물론 그것도 많지. 근데 그게 싸운다고 해결이 날 일이니? 더 반감만 생기지. 그게 바로 부부나 애인들끼리 깽판나는 지름길이라구. 원인 분석 없이 도덕을 앞세워서 상대방 욕하는 거. 차라리 종아리를 때리거나 곤장을 쳐서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지 그래

 

 2.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딸, 특히 말 잘하는 어머니와 아들 혹은 딸이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싸운다. 그 이유? 에이, 당신도 다 알면서 그래. 지 새끼의 연애상대, 다시 말해서 결혼 가능성이 있는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절대로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 부모들이지. 왜 마음에 안 들어? 히히히. 자기 잘난 자식이 돈 많고 권력 있는 집 자식을 마다하고 젊고 씩씩하지만 집안도 형편 없고 직업도 시원찮은 놈(혹은 년)을 좋아한다고 코를 벌름대는 거야. 한국 부모들은 돈과 권력만 아는 모리배들이고 젊은 것들은 그 더럽고 치사한 물질주의 사상에 반항하려고 여념이 없다. ? 나야 물론 젊은 애들 편이지. 나 원래 로맨티스트인 거 당신도 잘 알잖아.

 

 3. 연적들끼리 싸운다. 여자 둘이 한 남자를 놓고 서슬이 시퍼래서 고급 호텔 커피샵 같은 데서 상대방 간을 박박 긁는 발언을 세련된 표정으로 한다. 남자들은 걸핏하면 주먹다짐이 나올 때도 있지만 요새는 말싸움도 곧잘 해. 물론 공갈 협박쪼의 말싸움이라서 여자 연적들끼리 주고 받는 단수 높은 언쟁에 비하면 유치의 극을 달린다. 진정한 사나이는 혀를 놀리느니 차라리 주먹과 발길질이 장땡이다. 글쎄 남자 혀는 여자 혀를 못 쫓아간다니까 그러네. 킥킥

 

 그런데 이렇게 한드에서 남녀가, 두 세대(世代)가 혹은 연적들이 싸우면 어떻게 그렇게 재미가 솔솔 나니? 나도 겉으로는 잘난 척 위선을 부리지만 별 수 없는 속물인가 봐겨우 남들 싸우는 거를 보면서 재미가 깨소금이라니. 이게 말이 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 서 량 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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