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죽죽 내리는 밤
양철지붕 위 빗방울 소리는
지징! 하는 무반주 첼로 독주다
세숫대야에 펌프물을
바가지로 떠서 붓는
철벅! 하는 결단력이다
빗줄기가 다정한 손길로
패배자의 등을 토닥거린다
설핏 그의 부화를 돋구는
주책없는 말도 한다
구멍난 천장 아래
다라이를 받쳐 놓으면
처음에 텅! 텅! 소리 내며
부딪치는 빗방울 몇 방울이
을지로 6가 당구장 옆 골목
대학시절 친구 집 추억이다
그 친구가 카톨릭 신부가 되겠다고
갑자기 학교를 관두기 몇 달 전
하루는 나와 시험공부를 같이 하다가
책을 엎어 놓고 담배만 푹푹 피우며
철딱서니 없는 계집애들 얘기를 하며
밤새 귀담아듣던 그 빗소리다
© 서 량 2005.07.20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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