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어머니 교향곡 3악장 - 매실주를 손에 들고

서 량 2008. 4. 13. 10:43

서른을 금세 넘으셨을까

입술 연지 진하게 바르신 채

맏아들 담임선생한테 돋보이려고

값비싼 선물용 매실주를

부산에 가서 사들고 오신

안경테가 근사하시던 어머님

 

매실주 때문인지

광대뼈 튀어나온 담임선생이

나를 이쁘게 봐 줬던데 사실이랄지

 

육이오  끝난 해

뼈안경이 유행하던 어머님 한창 나이 때

내 어릴 적 이부자리 장롱 문 거울의

길쭉하게 둥그런 테두리처럼

맵시 곱고

눈부신 매실주 상표가

죽어라고 들러붙어 있던게 생각난다

푸르디 푸른 별빛 술병 거죽에

 

© 서 량 2001.03.12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