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금세 넘으셨을까
입술 연지 진하게 바르신 채
맏아들 담임선생한테 돋보이려고
값비싼 선물용 매실주를
부산에 가서 사들고 오신
안경테가 근사하시던 어머님
매실주 때문인지
광대뼈 튀어나온 담임선생이
나를 이쁘게 봐 줬던데 사실이랄지
육이오 끝난 해
뼈안경이 유행하던 어머님 한창 나이 때
내 어릴 적 이부자리 장롱 문 거울의
길쭉하게 둥그런 테두리처럼
맵시 곱고
눈부신 매실주 상표가
죽어라고 들러붙어 있던게 생각난다
푸르디 푸른 별빛 술병 거죽에
© 서 량 2001.03.12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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