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바탕에 흰줄이 죽죽 간
더불 브레스트 신사복을 입고
차양 넓은 중절모자 지긋이 눌러 쓴 다음
어머님을 차에 태우리라
뒷자리에 정중하게
누렇게 빚 바랜 흑백영화 필름이 빨리
돌아가는, 뒤에서 보면 꼭 떡두꺼비 같은
향수에 흠뻑 젖은 은빛 옛날 자동차에
미국을 질주하리라
하왕십리 무학국민학교 뒷길 한식 집
그늘진 안방에서 천식발작을 일으키시던
어머님의 부드러운 허파꽈리를
대서양 바닷가 서늘한 소금바람으로 잘
�어 드리면서 덜덜덜 달려가리라
얘야 운전 조심해라 하시는 어머님
차는 역시 옛날 차가 좋지 않으세요 하며
거드름을 피워도
어머님이 마냥 기뻐만 하시는
롤스로이스처럼 보이는 은빛 옛날 자동차에
© 서 량 2001.03.14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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