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온통 회색 빛으로 가라앉는 겨울 아침에
베토벤의 피아노 열정 소나타 3악장을 듣는다
국도 87번이 뉴욕주 남북으로 쭉 뻗은 하이웨이
기왕 이리 된 바에야 겨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어 열 살을 갓 넘어 앞마당 장독대에 새파란 하늘이 반들반들 비치던 투박한 간장 항아리 그 새까만 굴절각도가 지금에 와서 좋아라 가녀린 민들레 꽃줄기 당신 하늘하늘한 허리를 거들일까 말까 하는 행당동 추녀 밑 고추장 고드름 뾰족하게 맴맴 내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이국 땅 하늘 회색 빛 아래 내 옛날 성동구 행당동 딩동댕 울린다
더운 비 죽죽 내리면서, 와우 와! 한양대학교 좀 못 미쳐
장마 때마다 돌 축대가 열정 소나타 3악장 시작처럼
쾅쾅 무너지던 먼먼 산언덕 행당동의 추억
©서 량 200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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