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

서 량 2007. 11. 29. 13:37

       

      운동화 밑창에 줄줄이
      골 깊이 파인 물결 무늬의 의도는
      당신이 강철 다리로 뜀박질 할 때
      바닥을 힘껏 껴안아서
      절대로 미끄러지지 말라는 데 있다
      배가 허연 생선이 하늘쪽으로 음부를 들어내듯
      꺼꾸로 떨어져 있는 운동화 한 짝을 보면서
      이른 아침 운전 도중에 메시지 하나를 읽는다
      아 발목에 운동화 끈도 느슨히 풀어져 있구나
      누군가의 따스한 발을 감싸주던
      바닥이 눅진눅진한 운동화는
      저를 지배하던 주인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저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운동화 한 짝을
      앞으로도 수많은 승용차들이 깔아 뭉갤 것이다
      운동화는 어느 사이에 뭉개지고 으깨져서
      묵묵한 아스팔트의 일부분이 될 것이며
      냄새 더러운 자동차 타이어들이
      하늘로 날아가면서 당신 또한 묵사발이 되면서

       


      © 서 량 2002.09.06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에서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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