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유연하게 어깨와 겨드랑이를 꿈틀거리는 제스처부터 배웠다 그러면 저절로 미국구렁이가 되는 줄로 알았는데 수시로 높은 담 앞에서 한국구렁이 턱없이 절망 하는 거야 때로는 스펠링이 머리 속에 떠올라서야 주춤했던 몸뚱이 민망하지 않게 내딴에는 그럴싸하게 미국을 기어올랐는데 갯솜처럼 푸석푸석한 북어채를 안주 삼아 어느날 자정 가까이 독주를 마시다 말고 비로소 알아차렸다 뽀얗게 깊은 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아메리칸 치즈를 젖혀두고 굳이 북어채를 원하는 내 혓바닥이 영어 밑바닥에 으지직 뭉개지는 낌새를
© 서 량 2005. 10.15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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