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멸치젓의 추억

서 량 2007. 11. 20. 06:58

 

 흰 고무신이 더럽다면서 검정 고무신은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몸매 좋고 혈색 나쁜 여자들이 절벽에서 몸을 날릴 때 음습한 바람 부는 낭떠러지 풀밭 위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고무신이 흰색인지 검정 색인지 참 궁금했지요 혹시 수정처럼 고운 옥색이었나요 찬바람이 맨 허리 옆구리 생살을 파고드는 김장 때 다라이에 수북한 배추포기에 바람 난 열 아홉 살짜리 이모가 저미던 멸치젓은 또 어떻구요 새콤짭잘한 멸치젓 맛 때문에 검정 고무줄이 느슨해지면 이모가 팔꿈치로 몸빼를 간간 위로 끌어 올렸잖아요 불량품 검정 고무줄이 내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밑도 끝도 없이 그날 뚝 끊어졌잖아요

 


© 서 량 2006.11.10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1601444&orderClick=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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