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내가 당신과
부딪치는 예감이라면
흥흥 콧노래라도 부르면서
슬쩍 떠나고 싶은데 내일쯤
깊은 밤 가을 그믐달
슬며시 스러지는 은빛처럼
흥건한 마음 변두리로
창백한 얼굴
잊혀진 당신을 찾아 헤매는
천상의 기류였다 나는
햇살이 거무죽죽한 날에도
화끈한 흙의 실체를 위하여
낙엽이 알몸으로 추락하는
내 서늘한 서재 밖 새빨간 본능이라면
이쯤 해서 나 머나먼 여행길을
훌쩍 떠나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어젯밤 번쩍 하늘을 가르던
천둥벼락처럼
© 서 량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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