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침실로 통하는 마루를
걸어가다가 마루바닥에
거미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시꺼먼 물체가 보이길래 주춤했지
귀뚜라미 한 마리 조용히 죽어 있었다
죽은 생물은 얼른 알 수 있어요
엊그제 죽은 꽃을 당신이 금방 알아내 듯
나 자세히 몰라 귀뚜라미 다리 하나가
기억자로 보기 좋게 꺾어져서 옆에
뒹굴고 있었거든 흉측하게시리
내 서재에서 침실로 통하는 의식의 밑바닥에
진공소제기는 너절한 가을하늘 조개구름도
시원하게 빨아드린대요 속 시원하게시리
우리는 완전 진공상태다
의식과 의식끼리 서로 빨아드리는 버릇 때문이야
완전히 기억자로 꺾어진 귀뚜라미 왼쪽 다리를
아까까지만 해도 그다지도 뜨겁던 세레나데를
지난 여름 당신이 칡냉면 먹듯이 그렇게 쉽게
후루룩 빨아드리는 은빛 진공소제기가 나 허벌나게 좋아라
서재에서 침실로 통하는 내 의식의 밑바닥을 다그치는
© 서 량 200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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