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콘돔 카운트

서 량 2007. 9. 28. 07:01

40 중반의 금발 미인 리사는

올해 16살 아들과 둘이 사는 싱글 페어런트지.

얼마 전에 아들은 절도죄로 경찰에게 잡히고 다행히도 돈 많은

리사 오빠가 좋은 변호사를 써서 간신히 감옥살이를 면했대요.

 

좋은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서 리사는 학교도 열심히

찾아가고 교장선생과 교제도 성심성의껏 하고

마음이 어둡고 우울하다는 것 하나 빼 놓고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정부보조금으로 사는 중년여자래요.

 

엊그제 리사는 나를 찾아와서 이걸 도대체 어쩌면 좋으냐고

넋두리를 하는 거야. 우연히 아들 방을 치우다가 아들

책상서랍에서 콘돔을 발견했다는 것.

콘돔을 카운트 했더니 열 개였는데 일 주일 후에 다시

카운트했더니 딱 네 개만 남았는 것.

분명히 일 주일 사이에 지 아들이 콘돔을 여섯 개를 소모했음이

틀림이 없다는 것.

 

나 정말 한 순간 할 말이 없어서 갑자기 농담이 하고 싶었던 거야.

그거야 혹시 걔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가, 야! 이거 모야...

나도 이게 좀 필요한데! 하면서 여섯 개를 가져간 거 아닐까요? 했지.

그랬더니 리사 왈, 아! 내가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면서 구름낀 얼굴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는 거 있지.

오늘 날씨처럼 환한 가을 하늘의 광도(光度).

 

© 서 량 2007.09.27 

'환자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자얘기| 좋은 약  (0) 2007.10.08
|환자얘기| 약 효과 테스트  (0) 2007.10.04
|환자얘기| 조앤의 슬픔  (0) 2007.09.21
|환자얘기| 조앤의 분노  (0) 2007.09.16
|환자얘기| 소와 사람  (0) 200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