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약 효과 테스트

서 량 2007. 10. 4. 12:51

나를 몇 번을 보고 나면 자동 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길 때 누구든지

자기 퍼스트 네임을 말하기 마련인데 벌써 열댓 번을 나와 만났으면서도

메세지를 남기면서 자신을 꼬박꼬박 "미스터 페리"라고 하는 로버트는

동네 안에서만 운전을 하고 멀리까지 운전은 무서워서 못한다.

그래서 40평생에 집에서 30분 거리보다 더 멀리 운전을 해 본적이 없다는 사연.

 

이걸 어쩌나 하다가 좀 독한 약을 복용시켰더니 일반적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한 두달 후에 로버트는 기분도 공연히 좋아지고 했지.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은 날

자기의 장거리운전 공포증이 얼마나 해소 됐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마음 한 번 크게 먹고 뉴욕시를 향해서

차를 몰고 떠났대.

 

정확하게 30분을 운전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히고 하면서

또 그 지긋지긋한 증상이 왔다는 거라. 도저히 더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서는 하루에 한 알씩만 먹으라고 한 정신과 약을

대뜸 한 알 더 먹었다는 거다. 그랬더니 이 번에는 좀 있다가 약 부작용 때문에

입안이 바짝바짝 타고 속이 미식미식해서 차 안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겨우 다시 집으로 돌아왔대요.

 

로버트가 내게 물어보기를 자기 같은 정신병을 전에도 치료해 본적이 있냐는 거야.

많이 비슷한 증상은 여럿을 치료했지만 특별하게 30분 이상 집에서 멀리

운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사실대로 얘기를 했더니

글쎄 나보고 경험도 없으면서 어찌 자기를 치료하겠다고 덤벼들었느냐, 혹시

너 돌팔이 의사 아니냐 하면서 나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거야.

 

뭐라고 대응했냐구? 응,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그러면 이제부터는

의사를 볼 때 처음에 물어보고 똑같은 증상을 치료해 본 적이

있다고 하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 그랬더니 글쎄 그러겠다는 거야.

 

© 서 량 20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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