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조앤의 슬픔

서 량 2007. 9. 21. 07:21

내가 은근히 좋아하는 조앤

인근 수퍼마켓 델리에서 즉석주문 샌드위치 만드는데

이골이 난 조앤, 그 바로 밑에서 일은 안하고 말썽만 피우던

젊은 어시스턴트(assistant)가 드디어 파이어(fire)를 당했다는

소식이 있었지, 그래서 오늘 세션(session)에서 몰래 기분이 좋더라

 

옛날부터 저런 못된 년은 얼른 해고시켜야 해, 하고 느끼면서도

차마 조앤에게 말하지 않고 내가 분노를 삼켰던 여자였다

조앤이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라고 충고를 하면

오히려 조앤을 자기 의사대로 다스리려고 덤벼드는

이상한 젊은 년을 높은 상부에서 해고 시켰다는 사연이었어요

 

요사이 조앤은 어시스턴트 없이 죽도록 고생하며 일을 한다

상부에서는 조앤이 하도 그렇게 열성으로 일을 하니까

내친 김에 같은 봉급으로 2인분 일을 혼자서 해줬으면 하는 눈치래

 

그다지도 속을 썩히던 악랄한 부하를 해고시켜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기뻐하기도 잠깐, 이제 내 앞에서

조앤은 또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거 있지

 

© 서 량 200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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