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얼마 전에 환자가 증상이 악화돼서 이거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약 복용량을 올려야겠다면서 250밀리그램을 500밀리그램으로 올리기로 했지.
그런데 그 약의 크기가 워낙 큰 거 있지. 나는 친절하게 250밀리그램 짜리를 두 알을 먹도록 하는 것이 미안해서 편의상 500밀리그램 짜리를 한 알씩 먹으라고 했어.
"앞으로는 500밀리그램 짜리를 매일 밤 한 알씩 드세요. 복용량을 올렸습니다."
"복용량을 올렸다면서 왜 전과 똑같이 한 알씩 들라고 하죠?"
"아, 그거야, 똑 같은 한 알이지만 그 한 알 속에 들어있는 성분이 두 배일 뿐입니다."
"당신 내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날 속이는 거지? 어찌 약을 더 먹어야 된다면서 똑같이 한 알씩 먹으라지?"
그래저래 이 환자와 말싸움 비슷한 대화를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250밀리그램을 두 알씩 먹는 처방전을 주었더니 그제서야 그놈은 고맙다고 하면서 내 사무실을 떠났어요. 자기 의사가 관철됐을 때의 그 특유한 미소를 띄우면서.
© 서 량 20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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