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금요일 환자

서 량 2007. 9. 8. 06:50

하바드 대학 경영관리과를 나온데다가

허우대가 배추 속살처럼 멀끔한 남자, 하우어드와 결혼해서

큰 탈 없이 살다가 웬디는 불행해지기 시작하고 자꾸 사소한 일로

바가지를 긁어댔다. 내가 왜 이럴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조그만 트집이라도 잡아서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 거지.

 

결혼한지 7년 만에 하우어드는 자기 비서와 바람이 났고

자주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했는데 웬디는 도덕성이 강한 여자잖아.

그래서 둘이서는 갈라지고, 찢어지고,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혼을 했대잖아. 그러면서 하우어드는 밤낮으로 웬디에게서

욕 얻어 먹는게 지겨워서 무슨 국제 무역회사 영국 지부

높은 자리에 중책을 자원해서 런던으로

냅다 도망질을 쳤다는 거야. 그리고

요새는 웬디가 키우는 10살 짜리 쌍둥이 아들 둘 양육비도

안 보낸대. 웬디는 그래서 이거 뭐야, 하면서 

정부보조금으로 간신히간신히 살면서

심한 우울증으로 결국 나를 찾아 온 거지.

 

별 큰 이유 없이 금요일에 그 환자를 정기적으롬 보면서

좋은 항우울제도 쓰고 했는데 이 40대 초반 푸른 눈의

백인여자는 나를 볼 때마다 똥 십은 얼굴인 거다.

 

그러더니 어느 금요일에 하는 말이 금요일만 되면 내가

화려한 넥타이을 매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필시

내가 금요일에 애인을 만나는 것이 틀림이 없다든 것!

그러니 나처럼 애인이 있는 사람은 저처럼 고독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나를 안 보겠다는 막강한 결론을 내린 거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은근히 기분이 좋았던 거 있지.

거짓말 같지만 정말 있었던 얘기다.

그게 벌써 이삼 년 전 일이야.

 

© 서 량 200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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