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어려운 詩

서 량 2007. 9. 4. 02:18

당신이 만약 이 詩가 참
어려운 詩라고 투덜대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면
사랑은 까마득한 꿈이라며
한갓 허망한 낭만만 조준하는
허기진 얼굴로 젊고 게으른 몸으로

 

만약에 당신이 이 詩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하는
질긴 채찍질에 등허리 부르튼
낙엽빛 헛헛한 흑인영가처럼
슬픔을 내뱉은 것 말고는 별다른
볼일이 없다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면

 

백지에 색연필 그림 한 폭 꽃으로 피고 지다가
끝내 버림 받을 詩들을 서글퍼하며
당신이 만약 이 詩가 마음에 낼름
가볍게 들어서지 않는다고 안달을 한다면

 

© 서 량 2004.08.02

-- <문학세계>(미주) 2005년 겨울호에 게재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0) 2007.09.05
|詩| 박달재를 위한 천문학  (0) 2007.09.05
|詩| 당신의 체온  (0) 2007.09.03
|詩| 이상한 냄새  (0) 2007.09.03
|詩| 음란한 여자  (0) 200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