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이 詩가 참
어려운 詩라고 투덜대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면
사랑은 까마득한 꿈이라며
한갓 허망한 낭만만 조준하는
허기진 얼굴로 젊고 게으른 몸으로
만약에 당신이 이 詩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하는
질긴 채찍질에 등허리 부르튼
낙엽빛 헛헛한 흑인영가처럼
슬픔을 내뱉은 것 말고는 별다른
볼일이 없다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면
백지에 색연필 그림 한 폭 꽃으로 피고 지다가
끝내 버림 받을 詩들을 서글퍼하며
당신이 만약 이 詩가 마음에 낼름
가볍게 들어서지 않는다고 안달을 한다면
© 서 량 2004.08.02
-- <문학세계>(미주) 2005년 겨울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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