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벗겨 놓은
수박 덩어리만한 아침해가 떠오르면
그녀는 정성껏 샤워를 하고 나서
머리를 드라이어로 매만진 후에
햇살이 45도로 창문을 관통하는
봄날을 맞이하네
그녀는
전혀 눈을 치켜 뜨는 법이 없이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창 밖을 내다보네
멘델스존 바이올린 콘체르토 1악장 첫 부분을
무심코 들으면서
블랙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수정처럼 파란 눈으로
마루바닥에 누어있는 봄 햇살을 바라보네
거북이 등판처럼 투박한 빛의 반대쪽을
© 서 량 2003.02.06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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