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서 량 2007. 9. 5. 13:53

가을에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그립다
눈 꼬리가 뱀처럼 차갑고
눈 등을 어둡게 채색한 활엽수들이
메마른 팔을 들어
하늘을 끌어안는 가을에는
色情이 솟는다

 

새털구름 갯벌 위로 
무수한 게들이 옆으로 기어가는
산등성이 빨간 젖몽오리에
꽃 구슬 유리 구슬
불여우 요염한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고
얇은 입술 꼬리에 동맥피가 쿵쾅대는
가을에는 色情이 솟는다
회오리바람 음산한 계곡에서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 서 량 2002.10.9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년)에서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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