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박달재를 위한 천문학

서 량 2007. 9. 5. 05:21

망망한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중에
우리는 그 세 번째 별 지구위에 올라앉아
<철새는 날아가고>를 연주로 듣는다
아홉 개의 행성들은 칠흑 같은 소우주에
길쭉길쭉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어마어마한 힘으로 제각기의 궤도를 돌고 있다
철새가 쏜살같이 날아가고
태양 또한 순간순간 몇 억번씩 속으로 찢어지면서
시속 칠십만마일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대우주 어디인지를 가고 있는 중이다
대우주에 가득한 수많은 행성중에
우리는 어느날 저녁  티끌보다 작은 지구 위에 올라서서
토실토실한 새우구이 몇 개를 안주로 먹고 출렁이는

가라오께 반주에 맞춰 <울고 넘는 박달재>를 합창한다
그리고 갑자기 어지러워 한다
망망한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들과
대우주의 운행방침에 대하여
잠깐씩 잠깐씩들 생각해 보다가
우리는 다시 서로를 툭툭 치면서 못다한 사랑을 한다

 

© 서 량 2000.11.01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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