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詩를 읽었다
늦가을 마른 풀잎 같기도 하고
고향 실개천 여울목에서 나던 냄새 같은
아주 정겹고 외로운 詩
일곱 살 때
햇살 따가운 여름 날
고향 실개천에서 바지 가랑이를 접어 올리고
송사리를 잡으려던 적이 있었어
나는 그 때 송사리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
송사리를 사랑하는 방법은
송사리를 잡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미약하게 아주 미약하게
송사리 냄새가 배어 있는
詩 한 마리를
양 손으로 확 잡았다 이제야
© 서 량 2002.05.2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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