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8

|詩|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신(神)을 폭행한 사람들 여럿 문 쪽을 향하여 엘리베이터 안에 단정하게 서 있다 당신은 빨리 흥분한다 초록이 극명하게 투명해지는 순간 두 남녀가 키스 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아노 반주에 첼로가 독주하는 굵은 멜로디 배경음악 내가 살지 않은 내 삶에 어른거리는 내 그림자 의무의 족쇄를 벗어나는 최면술의 꽃이 피어난다 몸이 통통한 안나 오와 목이 긴 루 살로메가 풀밭을 걷고 있어요 눈물은 감정 완화 감정 빚의 탕감, 눈물은 달콤해 정말 이제 니체의 눈물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니다 *When Nietzsche Wept: 현 스탠포드 명예교수인 실존주의 정신과의사 Irvin Yalom (1931~ )의 소설. 같은 제목으로 2007년에 영화가 나옴. Nietzsche, Breuer, Freud, Lou Salome..

2021.11.18

|컬럼| 251. 세 번째 굴욕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1925년에 '정신분석에의 저항'이라는 논문에서 인류의 극심한 자애심(自愛心)이 역사적으로 세 번의 굴욕을 당했다고 지적한다. '자애'를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자뻑'이라 해도 당신은 크게 반발하지 않겠지? 첫 번째 굴욕은 16세기에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점잖게 버티고 앉아있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태양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는 깨달음은 인류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었다. 둘째는 19세기에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에서 사람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원숭이의 자손이라 했던 신성모독적인 발언. 셋째로는 20세기 초에 우리 모두가 '리비도'라는 성애(性愛, sexual love)에 의하여 동물본능으로 살고 있다는 자신의 학설이었다. 이 굴욕적인 세..

|컬럼| 208. 출생의 비밀

5월은 가정의 달. 당신이 '가정'이라 알고 있는 'family'가 15세기경에는 한 가구에 속해있는 '하인들(servants)'을 뜻하는 집합명사였단다. 얼른 들으면 상식에 어긋나는 사설이지만, 내 말을 믿어다오, 이건 문헌상에 버젓이 검증된 사실이다. 'family'가 같은 조상에서 출생한 부모형제를 뜻하는 현대적 의미로 자리를 잡은 것은 17세기쯤이었다. 지금은 가정에 충실한 남자를 일컫는 'family man'도 19세기 초에는 도둑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양키들의 가정에 대한 인식은 이상하다. 근력 좋은 하인이거나 식솔을 위해 도둑질을 일삼던 서구의 가장(家長)들은 도무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next of kin'은 가까운 가족이라는 뜻. 'kin (친족)'은 고대영어 'cynn'에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