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색깔 / 김정기 그늘의 색깔 김정기 오랫동안 그늘에 있다 보니 그늘에도 색깔이 보인다 되도록 노오란 그늘에 머물러 했지만 언제나 바탕은 진회색이었다 검은 바위가 들어앉은 듯 무거웠지만 가는 손가락을 펴 뒤집으니 밑둥에는 아지랑이가 묻어 있었다 반짝이는 진흙 가루로 얼굴을 치장하니 고향집 우물에 나르시스가 된다 외로움은 번져오면 색깔이 되는지 장미 가시가 등줄기에 박혀 스스로 그늘을 찢고 숨어 사는 집에 색칠을 한다 © 김정기 2020.03.21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28
모래장미 / 김정기 모래 장미 김정기 골수에 단맛 다 빨리고 가슴에 꽂은 장미 사람들은 절하고 울음 울고 떠나지만 시선이 꽂히면 와르르 무너지는 꽃. 비단 자켓에 달았던 코사지 향기마저 갖추었네. 바위 결에 돋아난 그림 한 장 어두움은 언제나 당신 안에 스며들어 분명히 꽃이었던 자리에 피어나는 허공 물결을 잡으러 떠내려 왔던 개울가 자갈에서 꽃이 보이는 날 모래 장미를 달고 외출하면서 조금씩 더 수줍어하리 수집음이 슬픔이라 한들 당신이 나를 용서 할 수 있겠나 어머니 적삼에 달았던 꽃도 이제 보니 한 웅큼의 흰 모래였네 매운 무를 씹어 삼킬 때마다 꽃을 달아 주시던 모래 손. © 김정기 2010.10.12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24
|Poetry| To Flossie To *Flossie (1962) --William Carlos Williams who showed me a bunch of garden roses she was keeping on ice against an appointment with friends for supper day after tomorrow aren't they beautiful you can't smell them because they're so cold but aren't they in wax paper for the moment beautiful * The poet's wife's name *플로시에게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 그녀가.. Poems, William Carlos Williams 2012.05.09
|Poetry| The Rose The Rose (1936) --William Carlos Williams First the warmth, variability color and frailty A grace of petals skirting the tight-whorled cone Come to generous abandon--- to the mind as to the eye Wider! Wider! Wide as if panting, until the gold hawk's-eye speaks once coldly its perfection 장미(1936)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 처음에는 따스함, 변덕 색깔 그.. Poems, William Carlos Williams 2012.02.29
|Poetry| Translation Translation (1949) -- William Carlos Williams There is no distinction in the encounter, Sweet there is no grace of perfume to the rose but from us, which we give it by our loving performance. Love is tasteless but for the delicate turn of our caresses. By them the violet winds its word of love, no mere scent but a word spoken, a unique caress. That is the reason I wake before d.. Poems, William Carlos Williams 2012.02.27
장미를 말리다 / 최양숙 장미를 말리다 최양숙 잎사귀를 떼어낸 장미는 매끈한 꽃대 위에 솟은 타오르는 횃불 거꾸로 매달면 뚝 떨어지는 검붉은 물방울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부터 떼어버렸던 찌를 줄 모르는 가시 백송이 장미를 거꾸로 매단다 풍성했던 당신을 그대로 갖고 싶어서 거꾸로 매단 장미는 더 이상 물을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2.21
|詩| 탄소동화작용 산소 수소 질소가 사라진 무중력 상태, 그 깔끔한 무기력을 당신은 정성껏 껴안는다 질소처럼 지저분한 물질이 또 어디 있겠어 봄이나 가을이나 장미도 국화도 마찬가지야, 철새 또한 지저분해, 키가 훤칠한 너도밤나무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질소는 당신의 엽록소를 쫓아다니는 한참 외람된 영혼이다 .. 詩 2010.01.30
|詩| 함박눈, 책갈피, 그리고 장미* 차곡차곡 쌓이고 또 쌓여서 포근한 양털 융단이 되는 앞마당입니다 함박눈이 함박눈 위에 켜켜이 얹히는 중량감이지요 끝이 날카로운 책갈피의 반듯한 직사각형안에 차츰 씩 누적되는 따스한 지식이지요 지식이 겹치고 또 겹치는 기쁨입니다 그러나 저 부드러운 곡선의 비밀 장미 꽃잎.. 詩 2008.10.14
|詩| 첩첩 산중 꿈 속에서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또 꿈을 꾸다가 꿈들이 겹겹이 가냘픈 장미 꽃잎처럼 서로를 첩첩이 에워싸고 제각각 소망을 내세우며 새벽 이슬 차가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다니 당신 심성이 장미라고야 함부로 말 못하지 차분한 생각도 덤벙대는 욕망도 하나씩 속에 하나씩들 더 있고 그 바닥으로 당신이 미처 눈치 못 채는 사유와 소망이 도처에 흩어져 속속들이 숨어 있다니 꿈의 그림자를 일일이 다 분석하려고 파고들자니 끝도 없고 정신도 없어진다더니 정말 정말이라니 © 서 량 2008.10.09 詩 200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