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탄소동화작용

서 량 2010. 1. 30. 20:45

 

산소 수소 질소가

사라진 무중력 상태, 그 깔끔한

무기력을 당신은 정성껏 껴안는다

 

질소처럼 지저분한 물질이 또 어디 있겠어 

봄이나 가을이나 장미도 국화도 마찬가지야, 철새 또한

지저분해, 키가 훤칠한 너도밤나무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질소는 당신의 엽록소를 쫓아다니는 한참 외람된

영혼이다 이 세상 누구도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초록색이 뜨겁게 따갑게 자글자글 타오르네 지금 

가녀린 잎새가 햇살처럼 삼겹살처럼 기름지다고?

탄소는 숯검정에 묻어나는 화석의 향기, 오랫동안

돌 속에 숨어 있던 공룡의 잔뼈가 슬금슬금 모여드네

우리는 뒤늦게 기진맥진한 영혼들이 다 집에 가고 나서야

혼자 유쾌하게 돌아가는 필름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화면에 영영 남아 있을 거다 무수히 빗발치는

손톱자국으로, 우리는

 

 

© 서 량 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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