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수소 질소가
사라진 무중력 상태, 그 깔끔한
무기력을 당신은 정성껏 껴안는다
질소처럼 지저분한 물질이 또 어디 있겠어
봄이나 가을이나 장미도 국화도 마찬가지야, 철새 또한
지저분해, 키가 훤칠한 너도밤나무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질소는 당신의 엽록소를 쫓아다니는 한참 외람된
영혼이다 이 세상 누구도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초록색이 뜨겁게 따갑게 자글자글 타오르네 지금
가녀린 잎새가 햇살처럼 삼겹살처럼 기름지다고?
탄소는 숯검정에 묻어나는 화석의 향기, 오랫동안
돌 속에 숨어 있던 공룡의 잔뼈가 슬금슬금 모여드네
우리는 뒤늦게 기진맥진한 영혼들이 다 집에 가고 나서야
혼자 유쾌하게 돌아가는 필름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화면에 영영 남아 있을 거다 무수히 빗발치는
손톱자국으로, 우리는
© 서 량 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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