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그늘의 색깔 / 김정기

서 량 2023. 1. 28. 19:43

 

그늘의 색깔

 

                    김정기

 

오랫동안 그늘에 있다 보니 

그늘에도 색깔이 보인다

되도록 노오란 그늘에 머물러 했지만 

언제나 바탕은 진회색이었다

 

검은 바위가 들어앉은 듯 무거웠지만

가는 손가락을 펴 뒤집으니 밑둥에는 아지랑이가 묻어 있었다

반짝이는 진흙 가루로 얼굴을 치장하니

고향집 우물에 나르시스가 된다 

 

외로움은 번져오면 색깔이 되는지

장미 가시가 등줄기에 박혀

스스로 그늘을 찢고

숨어 사는 집에 색칠을 한다

 

© 김정기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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