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색깔
김정기
오랫동안 그늘에 있다 보니
그늘에도 색깔이 보인다
되도록 노오란 그늘에 머물러 했지만
언제나 바탕은 진회색이었다
검은 바위가 들어앉은 듯 무거웠지만
가는 손가락을 펴 뒤집으니 밑둥에는 아지랑이가 묻어 있었다
반짝이는 진흙 가루로 얼굴을 치장하니
고향집 우물에 나르시스가 된다
외로움은 번져오면 색깔이 되는지
장미 가시가 등줄기에 박혀
스스로 그늘을 찢고
숨어 사는 집에 색칠을 한다
© 김정기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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