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의 가을 / 김정기
잎새의 가을 김정기 지금 떨고 있다 햇살에 꽂히려고 몸을 비틀면 더욱 눈부시게 떨리는 침엽수 뾰족한 잎. 한 세상 부딪치며 잡던 손, 한번 다시 스치기만 하고 놓아 줄 것도 없는 키 큰 나무가 무서워 허공을 뛰어내리는 잎새의 곡 소리 안개도 문을 닫고 아는 기척도 없다. 분배된 땅에는 이름 짓지 않은 하늘이 여전히 푸르다. 빛나는 지난 날은 휘어서 삭아가고 떠나는 옷자락 부여잡고 엉킨 실 풀어놓으려 하니 어느 거대한 바람이 번져서 물결이 되어 후두둑 지난 날 빗방울도 데려오는 기나긴 잠이 든다.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눈초리 한번 써먹지도 못하고 들켜버린 잎새의 가을. 조용하다, 적막조차 떨린다. © 김정기 200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