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에 하는 잎새 관찰

서 량 2007. 11. 1. 12:28

 여름 내내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숱한 나무들을 눈 여겨 봤지. 그놈이 그놈이다 싶게 새파란 놈들.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 단일민족, 단일민족, 하면서 우리는 한 통속이라며 향토예비군복을 입은 멀쩡한 민간인들이 한여름 내내 산에서 이마에 띠를 두르고 주먹질하는 거 있지.

 

 10월 중순께 접어들면서 이것들 나무들이 지들 개성을 제각각 드러내면서 완전 개인주의로 나오는 거 있지. 잎새들 하나하나 노랗고, 담홍색이고, 또는 더러운 주홍색, 꺼멓게 타들어가는 분홍빛, 짙은 브라운 등등. 죽었다 깨어나도 하나도 똑같은 놈이 없지.

 

 나뭇잎들이 살금살금 쏟아지면서 들리는 소리도 가지각색이지. 어떤 놈은 앙앙 갓난아기 우는 소리. 어떤 놈은 접시가 접시끼리 부딪히는 소리. 또 어떤 놈은 쓸데없이 “고맙습니다~” 하며 고개를 푹 숙이는 소리. 나중에는 당신 머리칼을 윙윙 스치는 바람소리조차 들리는 거 있지. 가을에 단풍 지는 소리가 이토록 시끌벅적한 줄 몰랐지? 당신은 혹시 지구가 빙글빙글 자전하는 소리가 이렇게 죽은 듯 조용할 줄 몰랐지?
 


© 서 량 200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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