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5

이슬 맺힌 말(言) / 김종란

이슬 맺힌 말(言) 김종란 종이 집에 기대어 나팔꽃 무리 진다 이슬 맺힌 말 햇빛 속에 숨어있다 경이로운 고대의 문양/ 여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입술을 연다 종이 집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비치는 비밀 문서 파랗게 질린 눈썹으로 보라색 봉인을 응시한다 경건하게 나팔꽃 무리 진다 아파도 괜찮으니 약장 문을 닫는다 종이 집 물기 머금은 소식(消息) 머문다 © 김종란 2013.07.03

11월에게 / 김정기

11월에게 김정기 나뭇잎에 가려 들리지 않던 먼 기적 소리 기침에 묻어 토해내는 맑은 울음 그대에게 가네 닿기만 하면 물이 되어 썩는 육신 씻어 첫 새벽 흔적 없이 잎 떨군 나무 가지에 올려놓는 바다 돌아오지 못할 항해에 배를 돌리는 11월 고요한 것이 꿈틀대며 세상을 덮는 황홀을 오후 네 시의 어두움을 만지며 朱黃볕 한 가닥 눈에 넣어 갈대 한 잎에 고인 이슬 되네 © 김정기 200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