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른다, 아는것 너무 많아 - 김종란 길/모른다, 아는 것 너무 많아 김종란 마음에서 풍경으로 나아간다 천둥과 번개 치면 촘촘한 그물망 벗겨진다 천둥과 번개 사이에서 잠시 바다, 잠시 우주 모른다 길을 숨쉰다 숲에 든다 이슬과 시간 빛나는 무거운 초록의 이끼가 된다 © 김종란 2019.10.1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이슬 맺힌 말(言) / 김종란 이슬 맺힌 말(言) 김종란 종이 집에 기대어 나팔꽃 무리 진다 이슬 맺힌 말 햇빛 속에 숨어있다 경이로운 고대의 문양/ 여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입술을 연다 종이 집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비치는 비밀 문서 파랗게 질린 눈썹으로 보라색 봉인을 응시한다 경건하게 나팔꽃 무리 진다 아파도 괜찮으니 약장 문을 닫는다 종이 집 물기 머금은 소식(消息) 머문다 © 김종란 2013.07.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4
11월에게 / 김정기 11월에게 김정기 나뭇잎에 가려 들리지 않던 먼 기적 소리 기침에 묻어 토해내는 맑은 울음 그대에게 가네 닿기만 하면 물이 되어 썩는 육신 씻어 첫 새벽 흔적 없이 잎 떨군 나무 가지에 올려놓는 바다 돌아오지 못할 항해에 배를 돌리는 11월 고요한 것이 꿈틀대며 세상을 덮는 황홀을 오후 네 시의 어두움을 만지며 朱黃볕 한 가닥 눈에 넣어 갈대 한 잎에 고인 이슬 되네 © 김정기 2009.11.07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08
그녀의 이름은 / 윤지영 그녀의 이름은 윤지영 파랗던 하늘이 얼굴을 바꾼다 하늘은 누군가에게 고통의 종합상자를 선물로 보내기도 하는 건지 갚아야 할 빚을 목발처럼 짚고 살던 그녀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하루치 집을 짓기위해 짙은 화장을 하고 머리색을 바꿔야 했던 고단함이 이슬이 되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8.02
|詩| 물기 청록 대기의 유리창에 누가 훅! 입김을 쏘여 잠시 서린 습기라면요 검정 가죽의자에 싹싹 문지르면 오래 남아도는 향기일 수도요 팔락이는 나무잎새를 햇살이 뻔질나게 집적대며 만진 손때가 쌓이고 쌓인 보송보송한 윤기라면요 숨 가삐 찾아 헤맨 수맥(水脈)일 수도요 한참을 바삭거리.. 詩 200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