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량 486

|컬럼| 466. 환자와 함께 놀기

스무 살 초반, 백인 청년 피터는 완전 트러블 메이커다.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거나 당나귀식 발길질을 해서 큰 구멍을 낸다. 직원을 때리고 손톱으로 팔을 긁어 자해를 하기도 한다.  피터는 공격성이 강하고 충동심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사회는 성품이 유별난 아이에게 정신과 병명을 부여한다. 아이가 저지르는 비행(非行)을 약으로 고치려 하거나 심리치료사에게 떠맡긴다. 21세기 부모들은 자기네들 할 일이 벅차고 바빠서 자식들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 자기가 뗑깡을 부리면 병동직원들이 쩔쩔매는 상황을 대놓고 즐기는 피터는 솔직히 좀 악질이다. 나는 곧잘 그의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정신과의사는 자신의 개성을 감추지 않으면서 편안한 자세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쩔쩔매..

|詩| 오래전 맨해튼

오래전 맨해튼 그때 그곳 눈에 뵈지 않는 구름이 뭉실뭉실 어리고 있었는데/ 그때 그곳 수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선글라스를 쓰고 허공을 째려보고 더러는 슬며시 웃기도 했는데/ 그때 그곳 내 더운 햇살 앞가슴이며 얼굴이 뵈지 않는 자주색 윗도리 여자 등허리에/ 그때 그곳 짙은 물감이 사방팔방으로 뭉실뭉실 번져서 내 영혼을 마구 더럽히는 두터운 오후의 유리창/ 그때 그곳에 막무가내로 정말 막무가내로 새삼 다시금 가고 싶은데 詩作 노트:한여름 같기도 한 맨해튼에서 내가 진정성 있게 웃고 있다내 주변 언저리에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 서 량 2024.04.28

|詩| 탄소동화작용

탄소동화작용 나뭇잎새 흔들리는 배경reed 떨림 설레는 高音 처리꼭 다문 입술에 초점을 맞추는 光合成당신의 들숨 날숨이 배어 있는 앞니 사이나비넥타이 가죽점퍼 T-shirtcopy & paste 연신 복사해서 붙여지는 나를 주시한다 詩作 노트:시간 간격이 들쑥날쑥하게 찍힌 사진들을 모아서복사 재생된 내 합성체를 살핀다 변모하는 분신들  © 서 량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