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종이배와 보름달 기어오르는 비법 하나로 담쟁이 덩굴이 까칠한 겨울에 달라붙는 동안 종이배는 떠납니다 보름달이 둥실 두둥실 기류 따라 흘러가는 동안 만큼은 눈도 안 오고 비도 안 오고 안개도 끼지 않습니다 종이배가 당실당실 춤추듯 물길 따라 여정에 오른 만큼은 밤하늘이 무진장 화창하고 은빛 구름도 없고 .. 詩 2009.02.10
|詩| 9월에는 그림자가 9월에는 휘영청 달빛 아래 우리들 그림자가 갈바람에 몸을 푸는 갈대인양 길쭉해집니다 9월에는 가녀린 풀꽃도 잠시 우쭐하는 단풍나무 가지도 내가 이름을 몰라도 좋은 그녀의 목도 길쭉해집니다 하릴없이 낙엽 옆자리를 더듬대는 갈바람의 손길은 아주 노골적으로 길쭉해요 9월에는 .. 詩 2008.09.10
|詩| 형식주의자에게* 사소한 겉치레보다 더 엄숙한, 말하자면 신(神)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본심이 마음에 들었다 호수 밑바닥만큼이나 내밀한 본심 형식에는 늘 한계가 있대요 곧잘 변덕을 부리는, 형식은 봄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꽃잎처럼 속절없어요 화려하지만 덧없이 화려하겠지만 유행에 .. 詩 2008.05.30
|詩| 어머니 교향곡 2악장 - 땀방울이 앞을 가리는 어머니 교향곡 2악장 - 땀방울이 앞을 가리는 어머님이 달을 그윽하게 바라보시는 것을 나는 상상하지 못한다 어머님은 항상 대낮 한 복판에서 울렁이는 어릴 적 기억 속으로 뛰어 드신다 목욕탕 행길 맞은 편 먼 옛날 철사를 돌돌 감아 판잣대문 고리에 끼고 속절없는 삶을 살던 우리 여린 시절에 어.. 발표된 詩 2008.04.12
|詩| 색소폰 부는 바다 바다가 하는 노래는 사실 좀 그렇다 박자만 대강 맞고 음정이 엉망진창이야 나와 친한 사이니까 좋지도 않은 노래를 꾹 참고 들어 주는 거지 엊그제 잠결에 바다는 현악기가 아니라 거죽이 번들번들한 관악기라는 느낌이 들었어 바다가 색소폰을 분다 악기 옆구리로 바람이 새어 나오네 침도 질질 흘.. 발표된 詩 2008.03.15